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며 물가 압력 완화 신호를 보냈다. 다만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데이터 수집 공백이 통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9월의 3.0%보다 둔화된 수치로, 시장 예상치(3.1%)를 0.4%포인트 하회했다.
이번 CPI 통계는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 처음 발표된 물가 지표다. 셧다운 기간 동안 정상적인 가격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10월 CPI는 아예 발표가 취소됐다.
노동통계국은 10월 데이터를 소급 수집할 수 없었으며, 11월 지수 산출 과정에서 일부 비조사 자료를 활용해 기술적 보정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에는 월간 변동률 등 일부 세부 데이터가 누락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적 조정이 11월 물가를 실제보다 낮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데이터 수집 시점이 연휴 할인 행사가 진행되던 월말로 지연된 것도 낮은 상승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전했다.
11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주거비와 에너지, 식품 부문이었다. CPI 가중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수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식품비는 2.6% 상승했으며, 이 중 외식 물가는 3.7%, 가정식 물가는 1.9% 올랐다. 이 밖에 의료비(2.9%), 가구 및 가전제품(4.6%), 중고차(3.6%) 등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향후 추가적인 물가 압력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가 시행됐고,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는 더 높은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적용됐다.
하버드대 분석에 따르면 카펫, 의류, 커피 등 관세 영향을 받은 품목 가격은 관세가 없었을 경우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다른 기업들은 관세 정책 향방을 지켜보며 인상을 유보하고 있다.
팬시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스 수석 경제학자는 “소매업체들이 9월까지 관세의 약 40%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며 “이 비율이 3월까지 70%로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지표 발표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 공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9월, 10월, 12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1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3월 인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60%로 전날(53.9%)보다 상승했다.
CNBC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통화정책이 월가 예상보다 더 완화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표 발표 직후 증시 선물은 상승세를 보였다. S&P500 선물은 약 0.5% 올랐으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약 4.11% 수준으로 하락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