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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연예계도 ‘김문수VS이재명’ 양분

박지혜 기자
2025-05-23 07:05:55
대선 앞두고 연예계도 ‘이재명 VS 김문수’  양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내란 사태를 거치며 연예계와 문화예술계의 정치적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나뉘고 있다. 과거 소수 인사들만이 조심스럽게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진영에는 방송인 김흥국을 필두로 한 연예인 10명이 지난 13일 공개 지지에 나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던 인물들이다.

김흥국은 "김문수 대통령 실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해병대 출신답게 간결하고 강하게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그맨 이혁재는 "정치인을 향해 처음으로 존경심을 느꼈다"며 김 후보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 진보 성향을 보이면 개념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 때문에 보수 성향 연예인들이 목소리 내기 어려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배우 최준용, 노현희와 개그맨 신동수, 김한배 등도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캐나다 시민권자로 투표권이 없는 가수 JK김동욱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문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몸은 캐나다 최초의 수제 피순대를 만들어 팔던 식당의 아들이었고 차이나타운에서 선지를 사서 지하철로 운반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소신 발언할게"라며 자신의 과거를 언급한 뒤 "이번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김문순대(김문수를 뜻함)"라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반대편에서는 문화예술인 123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배우 이원종, 권해효, 김의성, 이기영을 비롯해 가수 이은미, 이정석, 신대철, 영화감독 이창동, 시인 황지우 등 각 분야 대표 인사들이 참여했다.

지난달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은 엘리트 카르텔의 앞잡이에 불과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시스템도 같은 맥락"이라며 "방치한다면 엘리트 카르텔이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기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다가올 대선은 단순히 한 명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자 도구, 플랫폼 역할을 할 인물을 뽑는 선거"라며 "엘리트 카르텔 내란 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유세에는 배우 박혁권이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5개월 전 우리 군인들이 우리에게 총을 겨눴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가 나중엔 너무 슬퍼졌다"며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박혁권은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면서도 "다음 대선 때 은퇴하고 본격적인 지지 활동을 하려 했는데 선거가 너무 빨라졌다. 돈을 더 모아야 해서 은퇴는 못 하겠고 몇 년 더 배우를 할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마지막에 3년 전과 같은 메시지로 현장을 열광시켰다. "'밥줄 끊겨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던 그 말로 마무리하겠다"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나는 연예계의 정치적 목소리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장기간 이어진 찬반 집회 과정에서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과 배우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기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은 탄핵 정국 당시부터 본격화됐다.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 배우 한예리·신소율·고민시 등이 국회 앞 집회에 직접 참석했고, 가수 이승환은 집회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박찬욱 감독은 "윤석열과 헤어질 결심"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빵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탄핵안 가결 후에는 가수 안예은, 배우 이동욱, 허성태, 지드래곤 등이 SNS를 통해 환영 메시지를 연이어 올리며 정치적 소신을 드러냈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힘내라 대한민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큐멘터리로 7만 3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탄핵 반대 지지층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반탄 시위 현장에서 포스터가 배포되기도 했다.

반대편에서는 4월 개봉한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뉴스타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갈등을 다룬 르포르타주로 6만 3천여 명을 동원했다. 

특히 주목받는 작품은 오는 6월 2일 개봉 예정인 '신명'이다. 이 영화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화제성을 높이고 있다. 제목부터 김 여사의 개명 전 이름 '김명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주술에 심취한 여성이 성형과 신분 위조를 통해 권력자와 결합해 대한민국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내용으로, 현실 정치와 오컬트를 결합한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다시 만날, 조국'(2만 1천여 명), '하보우만의 약속'(1만 7천여 명) 등 다양한 정치 관련 다큐멘터리들이 개봉해 각각의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된 가운데 앞으로도 더 많은 연예인과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